최수영 칼럼

지하철 승객사고와 소멸시효

김씨는 술에 취한 채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런데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여전히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마침 운행하던 지하철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렇게 사망한 때가 2008.경이었다. 김씨의 유가족들이 2014.경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승강장에 안전펜스나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지하철공사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흐른 후 제기한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공사측의 주장은 타당한가.

소멸시효는 일정한 기간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 행사하지 않은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민법은 채권의 시효기간으로 10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3년 또는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도 있다. 이를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이라고 부른다.

단기소멸시효에 걸치는 채권의 경우, 그 대상은 일상에서 빈번히 발행할 뿐만 아니라 금액도 소액인 것이 대부분이다. 영수증도 교부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채권은 단기간에 결재되는 것이 거래의 관행이다.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자는 취지에서 시효기간을 단기로 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상행위로 생긴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으로 본다. 판례에 의하면, 은행이 그 영업행위로서 한 대출금에 대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상행위로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출행위는 영업행위의 일환이고, 영업행위는 상행위이므로 5년으로 보는 것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측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사안의 경우, 김씨가 지하철에 탑승하고 내리는 것은 지하철공사와의 운송계약에 의한 것으로서 상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지하철에 탑승하고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상행위로 인한 사고에 속한다.

이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승강장에 안전펜스나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는 점이 불법행위로 본다고 해도 단기 3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2008년경에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흐른 2014.경에 소송을 제기한 이상,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어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했다고 볼 것이다. 지하철 공사측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