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김씨는 박씨로부터 박씨 소유의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에 임차하기로 하고 계약금 1,000만원을 지급하였다. 김씨가 박씨에게 계약금을 지급할 당시 박씨의 아파트에는 한도액이 1억9000여만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김씨와 박씨사이에는 김씨가 박씨에게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날까지 위 근저당 한도액을 5000여만원 줄이기로 특약을 하였다. 하지만 박씨는 보증금 잔금일 당일까지 근저당 한도액을 줄이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김씨는 그 자리에서 박씨에게 근저당권 감액 변경 등기 불이행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박씨는 이튿날 곧바로 근저당권 설정 한도액을 5,000만원 줄인 1억4000여만원으로 줄이고 한도액 변경등기도 이행해 주었다. 박씨는 비록 하루가 늦긴 했으나, 의무를 이행했다고 하면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김씨가 소송을 냈다. 김씨의 해제는 정당하고 김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행지체는 채무자가 이행해야 날에 그 이행이 가능함에도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2015. 8. 24.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전채무는 그 날이 지남으로써 이행지체가 된다. 지급하기로 한 날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이행지체책임을 지게 된다.

이행지체인 경우, 계약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행기를 지나 며칠 후에 이행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상당한 기간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는 데 통상 소요되는 기간이다. 상당한 기간은 이행하여야 할 채무의 성질이나 기타 객관적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채권자가 지정한 기간이 상당기간보다 짧은 경우나 상당기간을 정하지 않고서 최고를 한 경우에는 상당기간이 경과하여야 해제권이 발생한다.

사안의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김씨가 한 해제 통고는 특약사항으로 정한 근저당권 감액 등기 채무의 이행 지체를 이유로 한 것인데 그 전제요건인 이행의 최고가 이루어진 바 없어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 한편 김씨의 해제 통고는 이행의 최고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박씨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라고 보기에 충분한 그 다음날 곧바로 특약상의 채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김씨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판 2014다38913 판결).

김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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