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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성과주의에 집착하는 과학계 풍토 아쉬워”
특별 초대석 / 정근모 한전 에너지고문
2016년 09월 12일 (월) 백광열 elenews@chol.com

전문가집단 육성으로 원전안전 불안 불식해야
‘한강의 기적’ 이루어낸 핵심 원동력은 원자력
세계 최정상급 국내 원전기술에 자부심 가져야
원전강국 성취 배경 2차 협력사 지원정책 절실

   
 
  ▲ 정근모 고문  
 
과거 척박한 환경에서 오늘날의 우리나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들의 활용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산업발전의 필요성이 시급했던 과거 우리는 해외에 나가 활동하고 있던 인재들을 국내로 유입하는 이른바 해외유치과학자제도 등을 통해 급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발전에는 우리 과학자들의 힘이 큰 밑바탕이 됐다. 우리나라의 과학계를 이끌어 온 과학자들은 수없이 많다. 그 많은 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 중의 대표적인 한 사람이 정근모 현 한국전력 에너지고문이다. 중요한 시기에 과학기술처 장관을 두 차례나 역임하고, KAIST 설립의 기초를 닦는 한편 국내 원자력산업 발전의 터전을 마련한 정 고문은 지금도 우리 과학계와 원자력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과학계의 실정 및 과학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정근모 고문 = 어려웠던 시절인 1970년대엔 활발했던 과학계가 도리어 최근에 들어서는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 것 같아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우리의 과학계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과학이 기초과학에 기반해 장기적인 목표달성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순리에 배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성과주의에 몰입한 과학은 그 정체성을 의문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천재 과학자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은 평생 동안 일반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 등 4편의 논문만을 발표했습니다.

   
 
  ▲ 정근모 고문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교수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연구비 확보 등의 문제로 논문의 수준보다는 논문의 수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과학자들 스스로도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학정책 자체가 이러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를 통합했던 것부터가 정책의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정책과 교육정책은 엄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장·단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독립기구의 마련과 실천할 수 있는 과학정책의 수립 및 관련분야 모두의 끊임없는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고리1호기 등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에 대한 우려 등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원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요?

▲원자력안전 문제는 지난 1978년에 일어난 미국의 TMI 노심용융 사고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이후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사고 등 전 세계적으로 크게 3개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자력의 안전에 대한 문제가 크게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3개의 사고배경이 약간의 차이점들이 존재하지만 이 모두 중대사고 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부족 및 사고대응에 대한 훈련부족, 전문가의 의견 무시 등이 사고를 크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원자력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문가집단을 육성·확보해 주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원전의 안전문제를 정치이슈화 하거나 이해당사자들의 논리적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될 것입니다. 원전의 안전문제는 매뉴얼대로 실천하면 절대 불안해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리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볼 때 수명연장을 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또 과거 아날로그로 되어 있던 주요 시설들도 모두 디지털화로 변화됐고 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확보와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불안해 할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UAE 원전수출을 비롯해 원전의 해외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 정근모 고문  
 
▲이제 우리나라의 원자력산업 수준은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산업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펴보면 제1세대에 이어 제2세를 거쳐 현재는 제3세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규모나 숫자적인 면에서는 프랑스나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제3세대 원자력발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있는 선두주자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우리 원자력계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UAE 원전수출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원전 수준이 전 세계 최정상의 위상을 정립했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원전에 대한 기술을 선진국에서 도입해 이를 자기모델로 발전시켜 수출산업으로까지 육성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합니다. 반도체나 자동차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듯이 우리의 원전기술이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구축하고 잇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실 UAE 원전수출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경쟁국에서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강력하게 우리를 견제하기도 했습니다만 우리는 설계에서 건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Team Korea를 이룸으로써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고, 관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고 있는데 그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은 원자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또 앞으로 원전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산업이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원자력업계 종사자 및 독자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인터뷰 전경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의 기술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기술을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고 있는 경쟁국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시선을 확실한 기술로서 입증시켜야 할 사명감이 있습니다. 이번 UAE 원전사업은 우리에게 훌륭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UAE 현지에는 우리나라 기술인력 2,000여 명이 상주하면서 외국근로자 18,000여 명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훌륭한 원전기술은 내년 1호기가 현지에 완공되면서 그 진가를 입증할 것입니다.

전기시장은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돼 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국내만이 아닌 전 세계 전기시장을 전망하며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 국민들은 전기인들에 대한 봉사와 희생을 인정하며, 그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급체계를 유지시켜 준 2차 협력사들의 노고입니다. 우리의 전문기술은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밑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진정한 동반성장을 통한 우리 원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소협력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협력사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자산이라고 생각할 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능력이 닿는 한 과학의 발전과 우리 원전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다행히 과거와 달리 발전을 위한 시스템은 상당히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원전기술이 미국의 설계인증 획득과정에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한다면 우리의 기술은 세계 최고의 시장인 미국에 상륙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의 원전기술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에너지산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과 함께 그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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