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새벽 1시에 출발, 3시경 신진도에 도착하여 밥을 먹고 세진호에 승선하였다. 낚시 준비를 마치고 해경이 확인하러 올 때까지 무료하게 시간으로 보내야 했다. 예전 같으면 선실에 들어가 잠을 자면 되었는데, 세월호 이후 해경이 배에 와서 승선명부와 낚시인들을 대조하고 나서 출항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오전 6:30경 포인트에 도착하였고, 모두들 잠자리에서 일어나 지정된 자리에서 낚시 준비를 마치고 입수 신호를 기다렸다. 암청색 바다 속으로 우럭채비가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며 빨려 들어갔다. 선장은 침선인데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한 두 바퀴 감으면서 낚시를 해보라고 하였다.

바닥은 뻘층이며, 두 바퀴를 감고 입질을 기다렸으나 통 입질이 없었다. 그렇게 여러 포인트를 옮겨 다니고 있던 중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어 낚싯대를 살짝 들어보니 우럭이 버둥거리는 느낌이 와서 전동릴의 속도를 늦추어 감아올려보니 3자 우럭이었다. 두 시간 만에 첫수를 하였고, 다른 동호인들도 비슷하였다.

선장은 우럭 입질이 신통치 않자 배를 이동하여 일명 “똥침(소형 침선)”이라는 장소에 배를 대고 바닥이나 한 바퀴를 감고 있으라고 하였다. 뻘바닥이 지나고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어 낚싯대를 약간 들어 올리자 훅하는 입질이 왔기에 한 번 채주고, 조금 더 기다리자 또 훅하는 입질이 있어 지체 없이 전동릴을 감기 시작하자 무겁게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수면을 쳐다보니 3자 우럭 쌍걸이가 올라왔다.

똥침이란 바다에 가라앉은 작은 배를 말하며, 똥침 낚시는 통상 3~4미터의 소형침선이므로 포인트가 작아 금방 지나가고 배의 위치에 따라 똥침에 닿지 않는 경우도 있어 낚시 자리에 따라 조과가 달라진다. 또한, 순식간에 밑걸림이 발생하므로 바닥 층보다는 봉돌을 1m 정도 들어 올리고 낚시하는 것이 요령이다.

선장은 우럭이 몇 마리 올라오자 다시 배를 대었고, 나는 바닥에서 두 바퀴를 감고 기다리고 있는데 또 다시 훅하는 입질이 왔다.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저항이 만만치 않아 재빨리 전동릴을 감기 시작하였다. 나는 전동릴을 감을 때의 묵직함과 우럭이 버둥대는 느낌이 너무 좋아 낚시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개우럭이 올라왔고, 선장이 와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줄자를 가지고 개우럭을 재보니 50cm로서 모처럼 5자 개우럭을 잡아 흐뭇하였다. 다시 배를 대었으나 더 이상 입질이 없었다. 작은 침선이라서 많은 우럭이 모여 있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낚시가 끝나고 잡은 쿨러를 확인해보니 우럭 6마리가 전부였다. 집에서 손질하기에는 마릿수가 적고, 귀가하면 오후 9시가 넘어 우럭 손질하고, 식사를 하려면 통상 오후 10시 반이 되었다. 그래서 인근 식당에서 우럭을 손질하기로 마음먹고 선장에게 물었더니 선착장 앞쪽 웅이네 식당으로 가라고 하였다.

웅이네 식당에 가보니 젊은이 두 명이 있었고, 우럭 손질 가격을 묻자 다른 식당에서는 kg당 4,000원인데 자기네는 신생 식당이므로 3,000원에 진공포장을 해준다고 하였다. 그들은 쿨러에서 우럭을 꺼내 중량을 확인해보고 6kg이지만 15,000원만 달라고 하였다.

빠른 손놀림으로 우럭포를 뜨고, 우럭포를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비닐 백에 넣은 후 진공포장기로 공기를 뽑고 나서 밀봉하였다. 그러고 나서 우럭 내장을 손질하고 우럭 머리를 반으로 갈라서 포장하여, 세척한 쿨러에 넣고 얼음으로 덮은 후 차에 실어 주었다.

나는 우럭을 손질하는 동안 그들에게 언제 개업하였는지 등 물어보았더니 형제로서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식당을 개업한지 한 달되었다면서 자리를 잡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정성껏 손님을 대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젊은 형제들께서 큰 결심을 하였으며, 늘 초심으로 일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은 집에 가서 먹기만 하면 되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