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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 작은 힌트
2014년 09월 29일 (월) 관리자 webmaster@elenews.co.kr
   
 
  ▲ 왕연중 교수  
 

십수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우주선 폭발사고. 위풍도 당당하게 날아오르던 빛나는 몸체가 갑자기 커다란 굉음과 함께 한 덩어리의 섬광으로 변했을 때, 온 세계는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우주 생활의 개막을 자랑스럽게 예고하던 미국은 하얗게 질렸고, 첨단 과학의 메카임을 자부하던 나사(NASA)의 자존심도 땅바닥에 쳐 박혔다.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나사는 그 사건의 원흉으로 로켓추진 장치의 작은 결함을 발견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을 반세기 이상 퇴보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주 작은 나사못으로 밝혀진 것이다.


발명 과정에 있어 힌트는 바로 이 우주선의 작은 나사못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주 하찮은 부분 같으면서도 실상은 전체를 차지하는... 발명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처럼, 일백 퍼센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힌트’라는 나사못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힌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그다지 바람직한 곳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공연히 힌트를 우연히 얻어 어부지리 정도로 해석하거나, 힌트 그 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순간순간 버려 버리는 것이다. 혹은 영감을 대단한 지식의 산물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여, ‘논리’와 상식이라는 그물에 가두고 만다. 스스로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문제의 해결점 바로 앞에서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발명의 힌트는 아주 비논리적이며 순간적일 때가 많다. 황당무계하거나 상식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발명가들이 이 허무맹랑한 힌트를 바탕으로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건실한 기반을 닦아 불황기에도 끄떡없이 발전해가는 기업의 경우에도, 그 속을 살펴보면 작은 힌트를 소중히 하는 사풍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의심이 난다면, 유난히 신제품 개발이 잦은 생명력 넘치는 기업을 찾아가 회의 시간에 참석하여 보라. 아마도 아이디어 개진이 활발하고, 다소 엉뚱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힌트는 발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리 난해한 문제라 하더라도 일단 힌트를 얻어 갈피가 잡히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다이나마이트의 수송책임을 맡고 있던 노벨에게 있어, 그것의 불완전한 폭발력은 가장 큰 골치 거리였다. 여차하면 대형 사고가 나고, 자신의 목숨조차 위태로울 수 있으니 그보다 곤란한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앉으나 서나 대비책에 골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부던히도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앞은 캄캄.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커녕 트집 잡을 꼬투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고. 노벨은 폭발물이 모래 속에 스며들어 굳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자그마 계기가 그를 백만장자 아니 억만장자로 만들었다.


“이상한 일이군. 그토록 폭발력이 강한 액체가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니...”


이제와 생각해 보면 정말 위대한 발견의 꼬투리였지만, 그때 당시에는 별 의미가 없는 하나의 착오에 불과했을 것이다. 적어도 노벨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는... 어쨌든 노벨은 그 힌트의 의미를 재빨리 알아 차렸다. 모래 속에 스며든 폭발물의 안전함. 그는 그 힌트를 자신의 고민에 훌륭히 접목시켜 위대한 결과를 얻어내었다.


종이의 발명가 채린의 경우에는 어떠했는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를 받고 뚝딱 종이를 만들어 냈을까? 말도 되는 소리. 적어도 수일 밤, 수일 낮을 고민과 한숨으로 보냈을 것이다.


갈잎과 대나무를 대신할 새로운 것을 찾느라고 밤잠도 잤을 것이고, 휴식다운 휴식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정원을 거닐면서 푸념을 하고, 하필이면 호박벌이 집짓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 아닌가. 어쨌든 그 호박벌이 대뇌를 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인류의 수준을 몇 단계나 끌어올린 종이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과학자 뉴튼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선사한 힌트는 한 개의 사과였다. 아인슈타인은 떨어지는 별똥별에서 위대한 상대성 이론을 끄집어내었다.


모래, 호박벌, 사과, 별똥별 따위가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할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 작디작은 힌트가 없었다면 세상의 절반에는 돌도끼가 난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명가를 꿈꾸는 이라면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된다.


발명의 완성은 이 힌트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의 패스워드처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혹은 불가능하게 결정짓는 것이다. 패스워드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컴퓨터 시스템이라도 비싼 깡통에 불과한 것처럼, 힌트를 소홀히 한다면 성공을 얻어내기 힘들다.


작은 힌트를 소중히 하자. 어쩌면 발밑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 우주의 진리가 담겨있는 지도 모른다.

wangyj39@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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