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짜증나던 여름도 가고 낚시인들이 기다리던 풍어의 계절이 찾아 왔다. 지난 5월 통영 출조 당시 조과가 신통치 않아 주저하고 있는데 최근 현지의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통영 앞바다에 고등어가 떼 지어 다니고 있어 2시간이면 한 개의 아이스박스를 금방 채울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귀가 솔깃하여 출조 계획을 수립하여 카페에 게시하였다.

나와 조관복씨가 적극적으로 동호인들과 지인들을 섭외한 결과, 생각보다 쉽게 모집하여 돔 원정대 7인방이 결성되었다.

  9. 9일 자정, 우리는 쌀쌀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서울을 떠나 구리에서 모여 목적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를 하였다. 나는 지난 5월 통영에서 장대비와 소주 등의 기억만 또렷하고,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 전국적으로 비도 온다는데 멀리 가서 물고기도 못 잡고 고생만 할 수 있으므로 차라리 가까운 장고항이나 안흥항으로 가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동호인들은 서해안의 물때가 나쁘지만 남해안은 물대가 좋고, 비록 비를 맞을 수는 있으나 바람이 없어 바다가 잔잔하여 낚시하기 적합하므로 통영에 가자는 등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통영으로 결정하였다.

새벽 05:30분, 차안에서 눈을 떠보니 어느덧 통영시장에 도착하였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충무김밥 등을 사고 지난번 배를 빌렸던 민박집에서 택택이 2대를 빌려 바다로 나갔다.

 당초 우려와 달리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햇살을 막아주고, 바람은 잔잔하여 통영 바다가 반질반질한 호수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먼저 온 낚시인들이 저마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는 양식장 주변의 부표에 배를 묶고 얼른 낚싯대를 펴자 연신 입질이 왔다. 갑자기 낚싯대가 휘청하며 180도로 휘었다.

나는 얼른 낚싯대를 힘껏 부여잡고 물고기와의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데 쉽사리 올라오지 않아 최대한 버티면서 물고기의 힘을 소진시켰다.

얼마 후, 서서히 릴을 감자 그토록 몸부림치던 물고기가 조금씩 끌려왔다. 릴링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잔잔한 수면위로 노란색 참돔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끈질기던 승부가 끝나며, 그런 과정에서 물고기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양한 손맛을 볼 수 있다.

 이어서 감성돔과 망상어, 전갱이가 외줄낚시에 두세 마리씩 올라왔다. 또한, 나는 우럭낚시꾼임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잔챙이 우럭을 몇 마리 잡아 올렸다.

동호인들도 즐겁게 낚시를 하던 중 뱃머리에서 낚시하던 동호인의 낚싯대가 휘청하며 꺾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호인은 천천히 릴을 감으면서 물고기와의 한판 승부를 펼치는데 릴대의 휘어진 모습과 초릿대가 바닥으로 쿡쿡 처박히는 모습 등을 감안할 때 감성돔이나 참돔 종류의 대어가 틀림없었다.

 그는 10여 분간 릴대를 잡고 힘겨운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드디어 감성돔과의 팽팽하던 힘겨루기가 끝나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나서 수면 위를 떠나 배위로 올라왔다.

나는 퍼덕거리는 감성돔의 크기를 확인하고자 줄자로 재어보니 45cm나 되는 대어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감성돔을 잡아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나는 우럭을 주로 잡으며 돔 낚시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통영은 한국의 베니스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며, 감성돔, 참돔, 돌돔, 숭어, 전갱이, 우럭, 노래미 등 어종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동호인 여러분들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쯤 가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끝으로 사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고 다양한 어종을 늘 잡을 수 있는 아름다운 통영에서 손맛, 회 맛 그리고 동호인들과의 술 한 잔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게다가 통영에는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