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되었기에 우리는 급하게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몰고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이미 여객선이 도착하여 손님을 모두 태우고 꽃게 박스를 선적하고 있었다.

11시30분, 연평도를 출발하여 오후 1시40분, 연안부두에 도착하였으며, 그리고 3시경 집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서 짐을 내려 목선배차로 옮겨 싣고 나서 보니 꽃게 한 박스가 남아 있어 차에 실으려고 하는데 목선배와 조관복씨는 나와 유태수씨가 반씩 나눠 먹으라고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꽃게가 생겨 얼떨결에 “잘 먹겠습니다”라고 간단히 인사하고 헤어졌다.

2박 3일 동안 연평도에서 동거 동락하였고, 오랫동안 함께 낚시하며 잡은 생선을 나누었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하였기에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였다. 구체적으로 백령도에서는 공동어로방식을 취하였는데 누가 얼마를 잡던 관계없이 잡은 물고기를 하나의 물칸에 보관하였고, 공동 손질하여 균등 분배하였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에서는 공동어로방식을 취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내가 반대하여 개인별로 물고기를 관리하였다. 비록 개인별 어로방식을 취하였어도 4명 모두 한 개의 아이스박스를 채웠으므로 조과는 비슷하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개별방식을 취하였는지 해명하면 여러 날 낚시하다보면 선수들은 조과가 대략 비슷하며, 내가 다른 동호인들보다 조과가 월등한 편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생선의 선도 즉, 최상의 회를 먹으려면 물고기를 잡는 즉시 피를 빼고 아이스박스에 넣어야 하는데 다른 동호인들은 생선을 물칸에 보관한 후 귀항시간에 손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호인들에게 나와 같은 방식으로 물고기를 손질하라고 강요할 수 없으므로 부득이 개별적으로 생선을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들어와 아이스박스에 있던 생선들을 스텐대야에 풀어헤치자 가득 차고 넘쳤다. 20여 마리의 우럭과 광어를 3시간 정도 회를 뜨고 나자 힘이 들고 피곤하여 나머지는 대충 굵은 소금을 뿌리고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한편, 연평도에서 첫날 잡은 빨래판광어와 우럭을 선장께서 손질하여 왕소금을 뿌렸다는 말을 듣고 회로 먹기에 적당치 않을 것 같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광어회를 한 점 떠서 입에 넣어보니 소금기가 약간 배어 있었다. 짭짤하건 말건 이왕 회를 뜨기 시작하였으므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광어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마늘장아찌를 얹어 먹으니 짠맛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다른 광어회보다 쫄깃하고 인절미 같은 맛이 났다. 가족들은 우럭과 장대를 제쳐 놓고 연신 광어회만 먹었다. 전화위복이라더니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 유태수씨가 어제 연평도에서 잡아온 광어를 조려 먹었는데 무척 맛있다고 하였다. 나는 광어를 잡은 당일에 회로 먹거나 조림하여 먹어야하며, 우럭이나 노래미와 같이 말리거나 냉동하여 먹을 경우 퍼석거려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연평도에서 선장은 본인이 잡은 생선 중에서 우럭이나 장대는 챙기고, 광어를 우리에게 주었으며, 백령도에서는 값어치가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냉동 광어 조림이 맛이 있냐고 그에게 묻자 왕소금을 뿌려 놓았더니 오히려 살을 단단하게 만들어 아주 맛있다고 하였다. 그렇구나! 성경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는 말과 같이 소금은 인체의 생리작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어 생선을 구을 때 소금을 표면에 뿌려 두면 표면이 빨리 응고하여 단단해지며, 내부에 있는 맛있는 성분을 보호한다. 한편, 생선을 말릴 때 부패를 방지하고, 생선의 수분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번 낚시여행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과 지식을 습득하였고, 아름다운 나눔과 삶의 지혜를 깨달았으며, 또한 바다에서의 신비로운 체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