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계의 소송제도의 특징 중 하나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간단히 표현하면 일종의 ‘괘씸죄’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카드를 기업에게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의한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산업계, 금융계 등 그 파장이 컸고, 그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웠던 지난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리라.

징벌적 손해배상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경제적 논리는 비용-효용에 대한 기업의 도덕심, 즉 비윤리적 행태에 맞춰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의 대표적 사례로 포드사의 소형 승용차 핀토 사례와 맥도널드사의 커피컵에 의한 화상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 두 사건의 특징은 이들이 공급하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기술적 개선보다 은폐와 소극적 대응에 의한 사회적 비판에 의한 괘씸죄 적용으로 거대한 배상책임을 부과시켰다는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업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륙법계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자권익법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각 산업별로 품질 부분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횡포를 동반성장의 걸림돌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 일부 사안에 대해 적용되어 왔던 이 제도가 이제 본격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 가격 후려치기, 지적재산권의 탈취 등에 의한 약자에 대한 보호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강자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겠다는 의도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징벌의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각양각색이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가져온 폐해가 결코 적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균형 잡힌 규제 대책으로 정착하기 위해 각 주가 앞다투어 적정선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이웃 일본의 경우는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여 아직도 제도 도입에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효율적인 경영 우선보다는 기업의 도덕적 의무감이 선행될 때야말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듯하다.

기업의 자발적 시장정화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임을 인식하면서 제도만능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