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새벽에 부둣가로 걸어가는데 바닷물이 넘쳐 도로를 삼키고, 가게 앞까지 찰랑거려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고 되돌아서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오늘은 1년 중 바닷물이 가장 높게 차오르는 백중사리기간이므로 바닷물이 밀려와 가볍게 제방을 넘어 도로를 침수시킨 것이었다. 사실 백중사리라고 해도 낚시하다보면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어 피부에 와 닿지 않았으나 실제로 보니 저지대 해안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서해1호 차선장을 따라 바닷물이 차오르지 않은 당섬 부두로 가서 낚싯배를 타고 빠삐용절벽으로 나갔다. 첫 포인트에 도착하여 바다 쪽을 보니 북녘 땅 부포리가 저 멀리 보이고, 우럭채비를 넣어보니 수심이 4m에 불과한 암초지대였다. 이렇게 얕은 곳에서는 개우럭이나 빨래판광어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의욕을 가지고 낚시하였으나 생각보다 입질이 드물고 잡아보면 광애나 잔우럭 수준이었다.

오전에 여러 곳의 암초지대를 옮겨 다녔지만 조과가 신통치 않아 우리는 선장에게 아무 물고기나 많이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하였더니 선장은 사리 때라서 조류가 매우 빨라 우럭잡기가 어렵다면서 장대 밭으로 이동하였다.

장대 밭에 외줄채비를 넣으니 수심 10m 정도의 뻘바닥으로 중간에 드문드문 수중여가 있었다. 조류가 날물로 바뀌면서 배가 빠른 속도로 떠내려가고 낚싯줄이 순식간에 20~30m를 풀려나갔다. 그러던 중 물고기가 강하게 낚싯바늘을 물고 늘어져 힘겹게 감아올려보니 5자 장대였다. 조류가 빠르고 물살이 세서 큰 물고기만 미끼를 물 수 있어 그런지 잡았다하면 5자 이상의 장대였고, 특히 목선배와 조관복씨는 인천에서 보기 힘든 광어 같은 6자 장대를 올리면서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오후 3시경 중날물이 되면서 조류가 급격히 빨라지자 배는 더 이상 조류를 감당하지 못해 빠른 속도로 떠내려가고 더 이상 입질도 없어 선장은 철수하자고 하였다. 부두로 돌아오면서 선장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니 연평도에는 개우럭이 드물고, 봄과 가을에 중우럭은 잘 나오는 편이며, 물때만 맞으면 광어를 하루에 한 아이스박스, 장대를 반나절에 한 아이스박스씩 잡아간다고 하였다.

또한 연평도는 인천에서 가까워 덕적도와 비슷한 여건으로서 내륙에 비가 많이 와서 한강물이 불어나면 이곳까지 밀려와 염도가 낮아져 물고기의 입질이 뜸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한강하구에서 연평도까지 35㎞에 불과하여 덕적도(50㎞) 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차선장은 연평도에서 유선사업허가를 받은 사람은 자기 밖에 없으므로 조심하라고 귀띔하였다. 승선료가 8만원이며, 조금 때 오면 광어와 장대를 실컷 잡아 가도록 해드릴 테니 출조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낚시하려고 2박 3일 동안 연평도에 올 사람이 없을 텐데 들어오는 날 오후에 낚시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인천에서 8시배를 타고 들어오면 11시부터 낚시할 수 있고 요금은 4만원을 받는다고 하였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선장에게 물때 좋은 가을날을 선택하여 미리 전화하고 다시 오겠다면서 헤어졌다. 오늘 잡은 물고기를 파악해보니 우럭, 광어, 장대 등 10여 마리 수준으로서 약 3㎏ 정도 되었다. 사리 때 이 정도라면 조금 때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날 우리는 연평도를 나오면서 연평도 탐사 출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보니 광어와 장대가 풍성하므로 10월에 물때를 맞추어 다시 오자고 합의하였다. 비록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눈물로 얼룩진 조기잡이배의 사연과 연평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 선내방송에서 ‘눈물의 연평도 노래’가 구슬프게 흘러 나왔다.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 오나
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
갈매기도 우는 구나 눈물의 연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