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부터 동호인들은 여름휴가 때 조기와 광어의 고장으로 알려진 연평도에 한번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나는 이왕지사 서해 5도로 가려면 백령도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기껏 광어를 잡으려고 연평도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7월말 백령도에 미련이 남아 백령도로 전화해보니 “올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서해 5도의 남북 대치상황이 매우 심각해 여행객은 물론 낚시인들도 대폭 감소하였다. 특히, 잦은 야간훈련으로 포탄 소리에 주민들이 깜짝깜짝 놀라고 있으며, 현지사정을 모르고 들어온 여행객들도 한밤의 공포와 불안으로 날이 밝으면 서둘러 삐져나간다”고 하였다.

연평도는 인천에서 뱃길로 145㎞로서 고속훼리호를 타면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되며, 직선거리로는 약 83㎞ 떨어져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고, 서해 최북단에 위치하며 북한의 부포리가 불과 10km 거리이다. 또한, 바다 위를 기차가 달리는 것처럼 평평하게 뻗친 형태라 하여 연평도(延坪島)라 하고, 대연평도, 소연평도(대연평도 남방 6.4㎞ 지점), 구지도와 모이도 등 4개의 유ㆍ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연펑도는 한때 우리나라 제일의 황금 조기어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수백 척의 어선과 어부들이 희생되어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고, 아울러 이른 봄에 산란을 위하여 연평도로 올라오는 조기떼를 동중국해와 흑산도 근해에서 대부분 잡기 때문에 '눈물의 연평도'로 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기가 사라진 후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어 어부들은 매년 4월 초순부터 6월 하순, 9월 중순부터 11월 하순까지 꽃게잡이를 주업으로 하고, 굵은 씨알에 맛도 좋아 최고의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주요 어종으로는 5∼10월에 우럭, 9∼10월에 농어, 7∼9월에 준치, 수조기, 민어가 잡히고 그 외에도 광어, 장어, 도다리, 숭어, 장대, 돌돔 등이 봄, 여름, 가을에 잡힌다.

오전 11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한 시간여를 달리던 배가 속도를 줄이면서 선내 방송을 통해 물때가 맞지 않아 빨리 가도 당섬 선착장에 들어가지 못하므로 30분 정도 늦게 도착하도록 서행하고 있으니 양해하여 달라고 하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 1:15분, 소연평도에 들렸다가 1:30분에 대연평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해변을 살펴보니 모래와 뻘로 이루어져 있고, 물 색깔도 탁하여 인천 앞바다의 섬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연평도가 평평하다보니 바다지형도 완만하고 선착장도 얕아 물이 빠지면 여객선이 들어 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선착장의 여건을 감안하여 고속훼리호의 인천출발시간이 조금 때는 오전 8시이고, 사리 때는 11시였다.

미영식당에서 운영하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원투대와 갯지렁이를 챙겨 부두로 나가보니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어 망둥이라도 잡으려고 낚싯바늘을 던지자 이내 입질이 왔고 올려보니 기대하던 대로 망둥이였다. 이어서 조금 큰 입질이 와서 챔질하여 올려보니 의외로 숭어와 고등어가 걸려들었다. 연평도에서는 광어나 우럭 미끼로 망둥이를 사용하므로 미끼 값도 아끼고 횟감도 마련할 겸 저녁노을 질 때까지 열심히 잡았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잡은 물고기를 챙겨 민박집으로 돌아와 조관복씨가 고등어와 숭어로 회를 떠서 저녁상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식사하면서 회 한 점을 먹어보니 싱싱하고 고소하여 먹을 만하였고, 반찬도 토속적이고 정갈하여 맛있게 식사하였다.

나는 식사하고 나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연평도에서 꽃게요리를 제외하고 대표적인 요리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갱국을 추천하면서 갱(일명 보리고동)을 삶아 물회처럼 만들어 시원하게 먹는 음식으로서 특히, 여름철에 입맛을 돋우는 보양 음식으로 유명하다고 하였다. 다만, 갱을 깨고 다듬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 손님들이 원하면 내일 저녁에 준비하겠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