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이 턱밑에 이르자 회사에서 여름휴가 일정을 제출하라고 독촉이 심하였다.

나는 군에 있는 아들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갈 수 없어 낚시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뜻 맞는 동호인들과 개우럭의 명가인 백령도로 처녀 출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나는 낚시카페에 출조 계획을 게시하고 동호인들을 모집하였다. 20일 동안 동호인 모집과 여객선 예매, 낚싯배 및 수련원 예약 등 사전준비를 완료하고 최종 계획을 마련하였다.

드디어 7월22일 이른 새벽, 뿌옇게 동쪽 하늘이 밝아오자 나는 낚시도구 등을 챙겨 서둘러 집을 나왔다. 물론 며칠 전부터 아내에게 백령도에 간다고 어렵사리 양해를 구했지만 막상 평소보다 많은 짐을 짊어지고 대문을 나서자 아내는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았다.

지난 몇 년간 아들의 대학 입시와 진학 그리고 군 입대 등으로 온 가족이 여름휴가를 다녀 온 적이 없었는데 올해 나만 쏙 빠져 나가는 것 같아 아내와 막내아들에게 미안하고 머쓱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우럭원정대 3인방은 하계동에 집결하여 모든 짐을 목선배의 차로 옮겨 싣고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오전 6시 터미널에 도착하여 봉돌, 낚싯바늘, 낚싯대, 목줄, 핸드카트 등을 구입하던 중 KISPA 임인수 위원이 낚시가게로 들어섰다.

조관복 씨가 임 위원을 소개하여 악수를 건네자 임 위원이 웃으면서 “사진을 통해 본부장님을 여러 번 봤습니다”라고 하였다.

글쎄 내가 유명인사도 아닌데 무슨 사진을 봤다는 것인지? 어쨌든 웃는 얼굴이 꽤 순박해 보일 뿐만 아니라 초보자가 5박 6일간의 낚시여행을 선선히 따라 나선 것이 고마워 처음 만났으나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터미널로 가서 ‘백령도 선착장 입구‘에 줄을 섰다. 대합실이 매우 붐비어 이유를 알아보니 해무주의보로 인해 07:10분발 백령도 여객선이 출발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고 하였다. 연안부두를 보면 멀쩡한 것 같은데 먼 해상에는 안개가 많이 끼었다고 하니 모를 것이 해상날씨인가 보다.

8시가 다되어 출항이 허용되자 우리는 개찰구를 급히 빠져나가 데모크라시 5호를 향해 각자의 짐을 들고, 메고, 끌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종종 걸음으로 나아갔다.

짐이 많다보니 개찰구로부터 배까지 만만치 않은 거리인 100여m를 걸어가는 동안 임위원은 울퉁불퉁한 길에서 무거운 핸드카트가 기우뚱거리며 한쪽으로 쏠려 넘어지는 바람에 바로 세우려고 여러 번 고생하였다.

그때는 서로 정신이 없어 무심하게 넘어갔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임 위원이 끌던 핸드카트에는 봉돌 30kg, 소주 한 짝, 미꾸라지 한 통 등 총 50kg이 넘는 짐이 실려 있어 운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도 핸드카트가 옆으로 자빠져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추스르고 있는데 마침 새내기 해병 3명이 뒤따라오다가 자기일인 것처럼 짐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 손쉽게 수습할 수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백령도로 배치되는 신병들을 보니 30여 년 전 대전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사천비행장으로 가던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고 작년 12월 군대 간 아들이 이등병 달고 첫 휴가를 나왔던 모습과 겹쳐져 콧날이 찡해졌다.

나는 힘들게 짐을 배에 싣고 1층 선실에 앉자마자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느라 노곤하고, 긴장도 풀린 탓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조관복 씨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집에서 가져온 삶은 계란과 시원한 캔 맥주를 내밀었다.

우리가 승선한 데모크라시호는 40노트(KNOT, 1노트=18.5㎞/h)의 초고속정으로 백령도까지 228㎞를 약 4시간에 주파하는 등 일반 여객선에 비해 3배나 빨랐다.

항해 중에 선실을 나갈 수 없어 타이타닉 유람선처럼 갑판에 나가 바다를 볼 수 없어 갑갑하였으나 소청도와 대청도 등 기착지에서 잠시 갑판으로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