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냉동실에는 늘 얼린 회가 있으며 특히 가을철에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가 겨울이나 낚시를 가지 못한 주말이면 냉동회를 꺼내서 먹는다.

물론 활어회나 선어회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래미나 광어의 경우 살이 퍼석거려 깊은 맛을 기대할 수 없으나 우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개우럭은 수개월이 지나도 깊은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09년 5월초 아내가 냉장고를 정리하다 우럭이 든 비닐봉지를 발견하고 내게 건넸다. 그래서 살펴보니 작년 9월, 백령도에서 잡아 온 5자 개우럭이었다. 당시 백령도를 다녀와 몸이 피곤하여 우럭 손질도 못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대충 보관하였었다.

상온에서 해동을 하면서 어떻게 먹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회로 먹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우럭이 커서 그런지 해동하는데 4시간이나 소요되었고 어느 정도 해동되어 포를 뜨는데 칼이 잘 먹히지를 않아 육질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회를 떠서 평소와 같이 초장과 깻잎, 절인 마늘에 쌈을 싸서 먹어보니 쫄깃쫄깃 씹히는 그윽한 맛이 매우 좋았다.

냉동회를 더 맛있게 먹으려면 참치회를 먹는 방법과 동일하게 냉동회를 참기름 장에 찍어 김에 올려놓고 절인 마늘이나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사실, 참치회를 먹어보면 살짝 얼어 있을 때 차갑고 부드러운 맛이 나지만 완전히 녹아버리면 퍼석거리고 생선기름 맛으로 느끼하다. 그러나 우럭 냉동회의 경우 참치에 비해 육질이 훨씬 단단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참치회를 능가한다.

나는 평소 참치회를 무척 좋아하였으나 냉동 우럭회를 먹으면서부터 참치회가 맛이 없어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으며, 아이들도 찾지 않았다. 몇 해 전 필리핀으로 출장 갔을 때, 가이드에게 생물 참치횟집을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여 식당에 갔었다.

참치회를 주문하여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물컹거리며 느끼하여 한두 점 먹고 나서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참치는 생물로 먹기보다는 냉동하여 숙성시킨 후 살짝 얼린 상태에서 먹어야 다소라도 쫄깃하게 먹을 수 있음을 알았다.

회를 뜨는 방법은 사람마다 생선에 따라 다양하므로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우럭과 노래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럭의 대가리를 잘라낸 쪽의 등뼈에 칼을 대고 밀면서 꼬리까지 포를 뜨되 포와 꼬리가 붙어 있어야 한다.

이어서 칼을 꼬리 살에 넣어 껍질에 이르면 칼을 비스듬하게 밀면서 꼬리부분을 잡아당기면 껍질이 벗겨지면서 포가 떠진다. 물론 백문이 불여일견이므로 선상에서 회를 뜨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몇 번 연습한다면 금방 배울 수 있다.

다음으로 생선포에는 물기가 남아 있어 그냥 먹으면 찰기가 떨어지므로 키친타월이나 마른 수건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물기가 제거된 생선포를 취향에 따라 먹기 좋게 칼로 써는데 횟집처럼 얇게 썰면 맛이 없고 깍두기처럼 큼직하게 썰어 먹어야 맛이 좋고 포만감도 크다.

볼락이나 작은 노래미의 경우 살이 없어 회를 뜨기 어렵고 양도 적어 매운탕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새꼬시로 먹으면 잔뼈가 씹히는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는 2자 노래미도 새꼬시로 먹는데 노래미의 뼈가 연해 먹을 만하다.

새꼬시를 만들려면 머리, 내장, 꼬리와 지느러미 등을 칼로 쳐내고 껍질을 집게나 플라이어로 잡아당기면 잘 벗겨지며, 껍질을 벗긴 후에는 통째로 잘게 썰으면 된다. 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냉장고에서 20~30분 급속 냉동한 후 먹으면 시원하고 더욱 쫄깃한 맛이 난다.

광어는 넓적하여 우럭회 뜨는 방법과 다소 차이가 난다. 먼저 광어의 등이나 배를 칼로 뼈까지 밀어 넣고 꼬리 쪽으로 반을 가른 후 갈라진 반쪽 면에 칼을 넣고 밀면서 지느러미까지 포를 뜬다. 그리고 칼을 꼬리 쪽의 껍질까지 넣고 한쪽 손으로 꼬리껍질을 잡고 살을 밀면 포가 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