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철곤(朴鐵坤, 59)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취임 직후부터 분명한 목표 설정을 강조한 박 사장은 여러 측면에서 전기안전공사의 모습을 변화시켰고, 그 결과 안전공사의 조직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또 항상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의식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미래지향형 인물로 만들면서 모든 구성원들의 가치를 극대화 시켜나가고 있고, 그와 동시에 직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 유난히 어려운 환경과 싸우며 성장한 박 사장은 항상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신념으로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왔고, 그러한 신념을 전기안전공사에 확산시키면서 가장 역동적인 안전공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모든 역량을 불사르고 있다.                     <편집자 주>

△6월1일로 취임하신지 1년이 되셨는데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박철곤 사장 = 취임 직후부터 전기안전공사를 재창립하는 작업을 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직원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그러면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더 잘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멀리 보고, 넓게 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역량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경영성과를 말씀해 주시지요.

▲직원들이 정해진 일을 하다 보니 진취적이지 못하고 보수적이며, 조직분위기 자체가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직원 스스로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받는 시스템을 정착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이 확신을 갖도록 했습니다. 내가 공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었고, 직원들에게 믿음을 갖도록 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권력과 직위를 버리고,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무릎을 맞댔습니다. 사장은 이 회사를 잘 이끌고 가라고 있는 것이지 직위를 누리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 '확 달라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희망을 가졌고, 생동감을 되찾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으셨는데, 지금 공기업의 수장으로서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으시다면?

▲제가 공무원이었을 때 별명이 많습니다. 그중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만나면 편하게 해준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즉 수요자중심의 사고를 강조합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고객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또 누구든 열심히 한 사람이 보상받아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과 보상받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내 일(My work)을 내 일처럼 하면 나와 공사의 내일(Tomorrow)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주위에서 알아서 챙겨줍니다.

△우리나라 화재의 원인중 전기로 인한 화재가 1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어떤지요?

▲다행히도 전기화재가 전체 화재 중 1위라는 불명예에서 탈피했습니다. 최근 3년간 화재통계를 분석하면 부주의에 의한 화재발생이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기화재가 그 뒤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입니다.

△노래연습장, 청소년시설 등에서 큰 화재로 많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자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기재해예방 노력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또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은 전기재해 발생 시 큰 인적, 물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공사는 노래연습장, 청소년시설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1년에 한 번 정기점검을 통해 재해예방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 이들 설비에 대한 부적합률은 2011년도 기준으로 각각 2.5%(노래연습장), 1.2%(청소년 수련시설)로 1년 주기 점검대상 평균 부적합률 3.4%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우 매년 5-6월 두 달간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로부터 취약시설을 넘겨받아 점검하고, 부적합 시설은 개선이행 여부 점검까지 실시하는 등 맞춤형 재해예방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국가재난관리를 지휘하고, 전 정부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직을 맡아오셨는데 우리나라 재난관리 수준과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요?

▲각 나라별 재난발생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국민들의 안전에 미흡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난관련 법규들이 도입되었으니 늦은 감이 있지요.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수준은 재난복구 분야에서는 선진국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재난예방활동 분야에서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습니다.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숙제는 재난복구에 투자하는 예산을 재난의 예방활동 사업에 적극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안전의식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계신 사업은?

▲공사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사후에 관리하는 차원, 복구하는 차원에서 하던 일을 사전적, 예방적으로 하는 선도적인 신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 미래에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임 100일을 맞아 '전기안전 선도기업, 행복한 고객, 신명나는 일터'의 뉴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전기안전공사의 역할이 단순히 전기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안전과 관련된 신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국내외 새로운 설비·기술을 실생활에 안전하게 적용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의 기대 이상을 채워 주는 '고객감동'을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무정전검사'를 구축하신 걸로 압니다.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가요?

▲반도체·석유화학·철강산업 등 국가 주요 산업시설은 단 0.1초의 순간정전도 허용하지 않는 산업환경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설은 24시간 공장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정전상태에서 진행하는 검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우리 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세계 최초로 무정전검사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무정전검사는 운전 중인 전기설비에 대해 정전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하는 것으로 무정전검사기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04년부터 무정전상태 검사기법을 연구해 왔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시범 시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국가 주요 산업시설 100호를 대상으로 무정전검사를 실시했을 경우에는 공장가동 중단에서 오는 연간 정전비용 5,340억 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엔지니어링기술과 해외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성과는 어떻습니까?

▲취임 초기부터 공사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지난해 18개국에 진출해 12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공사의 블루오션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 해외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사업 전담인력도 증원했습니다. 또 아부다비와 두바이, 멕시코 등 해외시장을 조사한 결과 개척해 나갈 시장이 크다는 확신을 갖고 해외진출업체 및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창구 마련을 위한 현지 에이전트와의 계약도 체결하는 등 사업확대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공사는 앞으로 석유화학 및 발전플랜트 건설이 활발한 중동지역에 직원이 상주하는 두바이 해외사무소를 올해 6월 경 설치해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프로젝트 초기단계부터 대형 건설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공동참여 등 신규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통해 사업규모를 키울 방침입니다.

△지난해 블랙아웃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지를 위한 전기안전공사의 대비책이 있다면?

▲전력의 생산에서부터 국민이 전기를 사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총칭하는 것이 전력계통설비입니다. 전력계통의 이상발생은 정전사고와 직결되어 그 피해가 막심합니다. 국가 주요 산업단지 내 정전사고는 수백억대 규모의 산업피해를 유발하고, 수전설비로 인한 사고와는 그 피해 정도나 사회적 파장이 현저히 차별화됨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전 피해사례는 2006년 부산 서면 정전사고로 200억 원, 충남 서산 100억 원, 2011년 1월 여수 용성변전소 사고로 700억 원, 2011년 12월 울산 용연변전소 정전사고로 약 1,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같이 정전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송·배전설비의 실효적 안전관리 대책을 정책에 반영해 제도권 내로 흡수해야 합니다. 현재는 가정용설비와 사용전·사용중 검사를 다 하고 있는데 훨씬 광역적이고 영향이 큰 송·변·배전설비의 검사제는 결략 또는 부분적으로 실시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제도적 모순이 있습니다. 송·변전 및 배전설비의 안전강화를 위한 선제적 정책대응이 필요하며, 그 방향은 전력의 생산과 안전관리 주체를 달리하는 안전관리의 기본원칙을 준수하고, 검사의 전문성 확보로 국민에게 신뢰받고 국가 전기안전관리 정책의 추진에도 적합해야 합니다.

△국가적 전시회인 세계박람회, 엑스포가 여수에서 개막됐는데 행사기간 동안 전기안전에 대비해 공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인 여수세계박람회는 국내외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입니다. 우리 공사는 지난 1월부터 박람회 전기안전대책을 수립해 조직위원회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박람회장 주요시설 전기설비에 대한 철저한 검사·점검을 완료했으며, 박람회 D-30일인 지난 4월12일에 우리 공사 여수지사에 박람회 전기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24시간 비상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으며,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름철 장마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전력과 전기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지요?

▲지난해 제가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서울 중부지역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침수피해 발생시설에 대한 신속한 복구활동을 펼쳤고, 전력수급 이상으로 인한 9·15 정전사고 발생 시에는 동종 유사사고 발생방지를 위한 전국 비상발전기 일제점검을 실시해 국민의 안전확보를 위해 총력을 경주한 바 있습니다. 우리 공사는 지난 4월부터 이미 선제적으로 여름철 자연재난대비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해 전국 빗물배수펌프장, 가로등 및 신호등, 전국 비상용발전기 일제점검 등 취약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5월16일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 하계전력수급 점검회의에 참석했는데 전력수급 불안정 시 비상용발전기 가동 독려 및 공사 직원을 현장에 파견토록 하고 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강력한 태풍 및 집중호우에 대비해 복구용 자재 및 장비 등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으며, 2011년 재난복구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에 대한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철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지방이전 계획은 원만히 진행되고 있는지요?

▲전북혁신도시지역에 신사옥 건립을 위해 현재 설계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설계가 완료되면 금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4년 상반기면 준공식과 더불어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제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아마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주에 건립되는 우리 공사 신사옥은 일반적인 건물형태를 탈피해 원형의 떠 있는 형태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건물로 건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녹색시범사업 대상기관에 선정되어 약 51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초에너지절약형 녹색건축물'로 신축하게 될 것이며, 전북혁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현재의 자리에 올라왔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는 '고시 3관왕' 출신입니다. 검정고시 두 차례와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그동안 무슨 일이 얼마나 있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릴적부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과의 싸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굶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대학까지 고학으로 마쳤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지내온 저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은 시험제도입니다. 저는 시험제도가 굉장히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저도 이 과정을 밟아 왔고요. 결국 본인의 노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준비하다 잘못되면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지만 아무것도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경우에도 목표의식을 잃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공사에 와서 보니 직원들이 많이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장인 제가 직원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때로는 호프집에서, 때로는 카페와 공원에서, 때로는 낚시터에서 밤을 새며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둘러앉아 밥 먹고, 같이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사옥 인근에 있는 생태공원에서 여직원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시 암송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향후 이루고 싶으신 꿈이나 소망은 무엇인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성공한 공직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예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명예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정말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그것이 명예입니다. 사장이 떠난 후에 그 사람이 있을 때 공사가 추구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운영되었다는 평을 듣는 것이 소망입니다. '인생의 목표가 보람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 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철곤 사장 주요 이력
△1952년 전북 진안 출생
△부산진고(69-71)
△한양대 행정학사(80-81)
△한양대 행정학 석사(82-84)
△전주대 법학박사(97-03)
△행정고시 25회(1981)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 08.3-09.1)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09.9-11.5)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09.6-11.5)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09.8-11.5)
△국무조정실 기획관리조정관, 신사평가조정관, 규제개혁조정관 겸 규제개혁기획단장(관리관, 04.9-08.2)
△한국규제학회 부회장(05-06)
△홍조근정훈장(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