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르노닛산을 필두로 미쓰비시자동차가 양산에 뛰어들었으며 중국업체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기 배터리 제조업체였던 중국의 BYD(Build Your Dream)는 단기간 내에 중국 최대의 토종 자동차업체로 성장했으며 사명에 걸맞게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장구한 전기 자동차의 역사

자동차산업의 태동기에 대부분의 자동차는 전기로 움직였다.
자동차시대의 서막을 전기차가 연 것이다. 1922년 디트로이트전기(Detroit Electric)가 제조한 전기자동차는 1회 충전에 60마일을 주행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보급이 확산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유가가 상승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 초에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또 다시 전기자동차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자 상용화를 포기했다. 전기자동차의 높은 가격과 낮은 성능 그리고 충전 하부구조 등이 충분히 갖추어 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1990년대 말에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상용화 초기에 높은 가격과 제한된 성능 그리고 낮은 유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유가가 다시 치솟고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성능 개선에 적극 나선 결과 판매가 점증하여 지난해에는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70만대의 판매 실적을 거두었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소위 그린 카(Green Car)시대를 연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클린 디젤이 낮은 CO₂배출과 저연비를 바탕으로 유럽 그린 카 시장을 선점했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과 기술을 일본업체들이 선점하자 미국업체들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기술과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면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정부와 빅 3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기반으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으나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빅 3도 전기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에 돌입하였다. 특히 파산했던 GM은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해 기술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환경, 연비, 안전 규제 강화로 2기 전기자동차시대 도래

전기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는 각국 정부가 환경과 연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배터리의 가격이 하락하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조지아공과대학은 나노기술을 응용해 배터리 저장 능력을 10배 증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동안 전기자동차는 프랑스의 완성차업체와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소량 생산해 높은 가격에 판매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 할리우드의 연예인과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일부 특수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권장 소비자 가격이 3만 5000달러까지 하락하고 각국 정부가 조세 금융지원을 확대하면서 실질 구매 가격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디젤 자동차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을 보유했던 미국은 수소경제를 강조하다 현실성 문제에 부딪히자 GM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적극 지원하면서 생산기반이 취약한 배터리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에 24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소비자들이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다수의 주정부는 최대 5,000달러까지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프랑스도 르노와 푸조시트로엥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적극 나서자 2020년까지 2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보급한다는 계획 아래 대당 7,000유로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 업체들이 전기자동차시장에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도록 200억 위안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2012년부터 연 1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자동차의 보급 촉진을 위해 판매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인데 소비자가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8785달러,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32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5만대의 전기자동차 판매가 이루어진 후에는 보조금을 축소할 계획이다.

완성차업체의 전기자동차 개발 및 상용화 가속화

전기자동차 판매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닛산은 올 연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리프(Leaf) 전기자동차를 3만278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구미 소비자들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세액공제와 구매 보조금을 받을 경우 2만5000달러 미만에 리프를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리프는 최대 시속 140km, 1회 충전으로 160km 주행이 가능하며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이미 닛산은 미국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넘어선 1만9000대의 예약 주문을 받아 전기자동차의 성공적인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닛산은 오는 2012년까지 연산 50만대의 전기자동차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업체들도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경쟁적으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BYD는 중형 전기자동차 e6를 4만 달러에 택시로 공급하고 있는데 정부 보조금을 고려하면 3만 1000달러로 가격이 하락한다.
중국 정부와 완성차업체가 전기자동차 보급에 공동 노력하면서 중국은 내년에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의 가격 하락은 배터리 가격 하락과 함께 지속될 예상이다.
최근 닛산은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가격을 킬로와트 시간당 472달러에서 370달러로 인하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일본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업체들의 목표인 킬로와트 시간당 1600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가격이다.
닛산은 배터리의 양산과 재생을 위한 중고 배터리 가격에 따라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電化 연합(Electrification Coalition)은 10만대의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연 1만대를 생산할 때보다 비용이 60~80%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충전소 구축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9개 도시에 내년 9월까지 4600개의 가정용 및 공공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가정용 충전소 구축비용은 2,000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전액 보조할 계획이다.
소비자들도 전기자동차의 유지비용이 화석연료 자동차의 8분에1에도 못 미치고 있고 정부의 각종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전기자동차 순항의 전제 조건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으나 아직까지 회의적인 반응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Advanced Automotive Batteries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인하와 성능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오느 2020년 전기자동차의 세계 시장 판매 점유율은 르노닛산이 예상하고 있는 10%보다 크게 낮은 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HSBC는 2020년 전기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에서 도요타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혼다는 최근 전기자동차의 조기 보급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으나 전기자동차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금년 말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5인승 전기자동차가 여름철에 승객과 화물을 싣고 에어컨을 켠 채 주행할 때 얼마만큼의 주행 거리가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자동차의 판매 가격과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2시간 미만의 충전시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자동차 수요 조사에서도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 최고 주행속도와 차량 크기의 순으로 중요도가 나타났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보급 활성화 대책으로는 통행권 보장, 세금 감면, 전용주차공간제공, 구매 보조금 지급, 주차비와 혼잡통행료 면제 순으로 중요도를 꼽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속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시작됐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판매가 되기도 전에 실질 주행거리와 판매 가격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속전기자동차가 가질 수밖에 없는 최고속도 문제와 차량의 크기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전기자동차 수요는 고속전기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의 생산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전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충분한 전력공급능력의 확보와 스마트 그리드 및 충전 하부구조 등도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동하절기에 종종 전력공급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는 발전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소비자들이 경소형차와 친환경경제운전(Eco-driving)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LPi하이브리드자동차의 판매가 부진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차량의 실내 공간 크기였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2인승부터 5인승까지의 전기자동차 모델 대부분이 기존의 중소형차보다 실내 공간이 좁은 반면 가격은 비싼 편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보급 초기에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1세대 전기자동차 모델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와 경제적인 운전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 전기자동차시대를 열어가야

전기자동차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구글과 같은 선진국 기업들은 자사의 주차장에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직원과 고객의 전기자동차를 충전해 주고 있다.
고객에게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업무용 전기자동차 구매를 확대하고 주차장 등에 충전소를 확보함으로써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인식 제고와 보급 확산에 렌트카 업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촉진책이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전기자동차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 자국업체들이 기술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고속 전기자동차의 수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보급 초기에 상한선을 두고 조세 금융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향후 전기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기자동차의 시시비비를 가릴 때도 이미 지난 듯하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시대가 언제 열릴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보다 동 시대에 대비한 우리의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100여년의 자동차산업 역사가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 산학연관 협력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 전기자동차의 난제를 하나 둘씩 풀어나갈 때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린 카 4대 강국과 세계 자동차 3강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