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에너지매체로서 지금까지 매우 유용하게 쓰여 왔고 미래에도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수송용으로서도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던 자동차에서도 전기자동차(배터리자동차)가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매체로 관심을 모아 왔던 수소에너지도 연료전지란 기기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에 가정용 및 상업용 발전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수송용으로도 시장을 확보해가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여 왔다.

지구온난화와 도시지역의 대기오염을 감안하여 미래의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와 같이 이동이 자유로우면서도 오염물 배출이 없는 차량(ZEV, Zero emission vehicle)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주류는 전기모터로 바퀴를 구동하는 형태로 될 것이며 이 전기 모터에 어떠한 방식으로 전기를 공급하느냐에 연구개발의 초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출시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두 종류의 동력을 조합해 구동하는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이 하이브리드차에 일반 가정에서 충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차량이 단 중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자동차의 종착점으로 여전히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꼽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기존 자동차와 같은 주행거리를 원한다면 에너지 저장밀도가 커야 하기에 전기모터에 배터리만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기자동차(배터리자동차)는 당연히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그림 1) 아직은 700기압의 고압수소저장용기에 비해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에너지 밀도를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기는 하지만 시내주행 등 근거리용으로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며 장거리용으로서 강점이 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도 역시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므로 배터리기술의 발달에 큰 혜택을 입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주행거리가 자동차의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인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기존 자동차와 같이 1회 주입하여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통상 수소 1kg으로 100km 정도 달릴 수 있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실 주행 시에는 차량의 중량이나 주행 모드뿐만 아니라 그리고 하이브리드 비율도 관련이 크다.

연료전지차량의 주행에서 차량, 연료전지, 배터리, DC/DC 컨버터 등에 모델식을 적용하여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개발 상황을 반영한다면 주행거리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데 연료전지와 배터리 전원의 하이브리드 비율이 2대1일 때 수소 1kg 당 120km이상의 주행거리를 보일 수 있다는 계산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었다.

현재 시험 운행 중인 모하비 연료전지 자동차는 70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사진 1)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도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이러한 시각은 세계적인 대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5월 16일부터 21일까지 독일 에센에서 열린 18차 세계수소에너지대회(18 WHEC2010)의 기조강연에서 중국의 과기부 장관 완(Gang WAN)박사는 ‘수소기술개발의 가속화와 이산화탄소배출 저감의 추구’라는 제목으로 2006부터 2020까지 중국의 중장기 과학기술계획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7개 분야의 기술혁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하였다.

에너지효율개선, 석탄청정이용, 원유공급안보를 위한 기술적 지원시스템, 원자력, 송전과 배분, 재생에너지 대규모 이용 기술, 수소연료전지기술을 국가에서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 로드맵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발표하는 것과 비슷하게 오는 2015년 이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사진 2)
앞으로는 중국의 국가수소에너지정책을 확립하고 수소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 수소기술의 실증 보급, 국제협력을 강화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배출 20% 감축, 에너지효율 20% 증가, 재생에너지비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고 중국은 2020년경에는 15%의 1차에너지 소비를 비화석연료로 하고 2005년 대비 GDP당 40-45%의 이산화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총 풍력발전용량은 2.5GW, 태양광발전도 310MW에 이르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재생에너지의 역할 증대로 에너지 저장기술의 중용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중의 중요한 부분이 수소가 변환하여 저장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태양에서 비롯된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며 발전용으로 뿐만 아니라 수송용 또는 산업용으로도 공급할 수 있는 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는 산업분야에서는 연간 5000만 톤이 제조 이용되고 있고 앞으로 녹색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산업용 수소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자체는 탄소의 발생이 없는 청정한 연료이면서도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중질유분해시설사업 및 탈황공정 확대로 자체 수요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 수소량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광통신 분야에서 쓰이고 있고 대표적인 녹색산업인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제조와 LED 산업에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은 공정상 청정한 수소를 요구하기에 수소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수소는 발전 분야에서는 발전효율을 높이는데 이미 기여를 해 왔다. 발전소에서는 발전기 운전 중 회전자 권선 및 고정자 철심에서 발생되는 열을 효과적으로 냉각하기 위하여 수소를 사용한다.

이는 수소의 열전도도가 크고 (공기의 14배 정도) 점도가 낮기 때문인데 공기냉각 방식보다 매우 효율적이다.

발전기풍손 (windage loss)을 줄이고 발전기 수명 연장을 위하여 순도가 높은 수소가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소압이 높을수록 열전달이 좋아진다. 350MW급 발전기에 소요되는 수소는 하루 12N㎥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소의 부하조절용으로 아직 연구 개발 중인 기술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25MW급의 열출력(thermal power)을 낼 수 있는 고압 수소-산소 스팀제너레이터를 시험 중이며 5MW급의 고온스팀터빈과 연계하여 시험하여 왔다. 부하조절 이외에 산업용 과열스팀을 생산 공급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말하고 있다.

서두에서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를 언급하였는데 그 핵심이 되는 배터리와 연료전지시스템은 사실 적용분야에 따라서 경제적인 우위가 달라진다.

미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kW급 연료전지와 NiMH배터리를 장착한 지게차는 빠른 연료충전이 가능하고 일정한 동력을 낼 수 있으며 배터리 저장이나 충전공간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별도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배터리만 사용하는 지게차와 경쟁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사진 3)

야외용 발전설비로서도 72시간 정도의 연속운전 범위 내에서는 세제상의 혜택 없이도 배터리나 LP발전기에 비교하여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나 176 시간을 운전할 때에는 수소저장의 문제로 비용이 연료전지 쪽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나 수소저장기술의 개발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도 배터리보다 오래 쓰고 유지비가 덜 들어 세제혜택 없이도 시장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시사한다.(사진 4)

현재 각국의 개발 추세로 볼 때 선박이나 항공기에서도 수소는 주된 동력 공급원이 되거나 보조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항공기에의 수소연료 적용 역사를 보면, 1957년 보잉 B57 폭격기를 대상으로 액체수소연소 초기 시험이 있었고 1988년에 러시아 투폴레프(Tupolev) TU154 항공기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었으며 1997년 이후에도 에어버스 A310을 대상으로 연구된바 있었다.

수소는 가벼운 무게와 우수한 연소 성질 및 환경 친화성 때문에 항공기에는 이상적인 연료이다.
수소연소시에도 다소 질소산화물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기존 항공유를 사용한 경우에 비한다면 현저히 적은 양이다.

물론 연료전지 형태로 항공기의 주동력 또는 보조동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주동력으로는 ENFICA-FC(연료전지로 구동되는 환경 친화적인 도시간 항공기) 프로그램으로 EU와 이탈리아에서 개발하고 있다.
보조동력으로는 영국의 인텔리전트 에너지(Intelligent Energy)가 세계 유수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버스(Airbus)에게 다기능 연료전지 보조 동력 장치를 제공했다고 보도된 바 있었다.

이 연료전지는 효율성이 아주 높고 항공기 객실 내에 다양한 용도로 동력을 제공해 주엔진의 부하를 덜어준다.

따라서 이러한 용도로서의 연료전지는 대기와 공항 지상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방출량까지 줄여줘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A320 시범 여객선의 경우 기내에 탑재된 수소, 산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 검사를 이미 마쳤다고 한다.

연료전지의 높은 발전 효율을 감안 하다면 연료전지 자동차가 에너지시스템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는지 간단한 계산을 해 보자.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등록차량대수는 1733만대였다. 개인 승용차라면 통상 하루 1시간정도 운행하고 대부분은 주차장에 세워둔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만약에 이중 5%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고 75kW급의 연료전지 스택이 탑재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참고로 모하비연료전지차량의 연료전지 출력은 115kW이다).

이만한 대수의 연료전지자동차를 발전에 활용한다면 총 6만4987MW를 생산해 낼 수 있으며 지난해 발전설비용량 7만7661MW에는 못 미치지만 당해연도 최대발전량 6만6797MW에 필적하고 평균발전량 4만9498MW보다는 한참 많은 양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여름철 첨두부하가 문제가 될 때에는 미래에는 극히 일부의 연료전지 자동차를 그리드에 연결할 수만 있어도 대형발전소의 증설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차장에서 일정한 상태로 운전하니 차량의 내구성에도 큰 손실이 없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소음도 공해물질도 배출하지 않으니 일거양득이다.

전기부하량이 적을 때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였다가 첨두부하때 이용하는 분산전원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연료전지차량 보급이 이루어진 이후에나 거론해볼만한 아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더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유전력의 활용을 위해서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한가지 기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에너지 측면에서는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도 또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에너지믹스라는 말도 이미 익숙하게 되었다. 기술은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또 발전해 나간다.

특히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에너지 저장기술이라는 관점에서 배터리와 연료전지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도 시스템 측면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