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승리에 큰 몫을 한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한 물체탐지 장치로 영국의 왓슨 와트를 중심으로 한 레이더 연구진에 의해 발명된 것이다.

1943년 어느 날 영국 공군에 소속된 과학 연구부의 윈페리스 연구부장실에 연구부원인 로가 들어왔다.

"와트 박사로부터 온 보고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어서 이리 주게."

윈페리스 박사는 로가 들고 있던 큰 봉투를 가로채듯 받아들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한참 읽고 난 윈페리스 박사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지금까지의 연구만으로는 살인 광선의 발명이 불가능하단 말이지.'

윈페리스 박사의 침울한 표정을 본 로는 와트 박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덧붙여 전했다.

"저…박사님, 그런데 와트 박사께서는 전파로 비행기를 떨어뜨릴 수는 없지만 비행기가 어디로 날고 있는지는 쉽게 알아낼 수가 있답니다."

"와트 박사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파를 이용하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로는 어느 새 흥분한 어조로 계속 말을 했다.

"박사님, 이것이 성공하면 영국 영공에 침입한 적기는 모두 발견되어 격추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영국 영공의 방위는 거의 완벽해질 것입니다."

얼마 후 영국 공군은 비밀리에 완성된 레이더의 실험에 착수했다.

노잔프턴이라는 마을의 도로 위에 포장을 친 평범한 트럭 한 대가 고장 난 듯이 서 있었다. 바로 이 트럭 포장 속에는 복잡한 장치를 한 기계들과 함께 와트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 그리고 공군 소속의 장교들이 긴장한 채 기계를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이 시간입니다."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브라운관 옆에 놓인 발신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파는 안테나를 통해 사방으로 발사되었다. 얼마 후 틀림없는 비행기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됐어! 붙잡았어!"

이때 와트 박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바로 그 때 브라운관의 가로로 곧게 뻗은 빛 위에 곡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곡선은 조금씩 가운데 쪽으로 옮겨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발사된 전파가 실험용 비행기에 닿아 다시 반사되어 기계로 돌아온 증거였다.

와트 박사를 비롯한 레이더 연구팀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 1946년 1월에는 120킬로미터 떨어진 먼 하늘에서 비행하는 비행기의 동작을 포착하는 레이더를 만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