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는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이나 물건을 개선하여 더욱 좋은 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과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지만 진실로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경에서도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라고 했다. 

특허의 세계에서도 진실로 새로운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과 물건인 것은 틀림없는지 몰라도 재료는 모두 낡은 것이다. 낡은 재료는 선배 발명가들이 남겨두고 간 것이다. 이 같은 낡은 재료, 즉 남의 기술이나 물건을 자신의 뜨거운 용광로에 녹여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해 내는 것이 발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명은 창조적 모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방이라는 말은 우리 정서에는 그다지 좋은 뜻으로 통하지 않는다.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뜻은 말할 것도 없고 비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모방이라는 말에 이런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창조적 뜻이 더 많이 내재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바로 우리 자신을 살펴보자. 나의 행동, 몸짓, 걸음걸이 등이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나의 아버지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할아버지 또 그 위의 선조들로부터 모방하고 학습되어 진 것이다. 

‘스승이 가장 기쁠 때는 제자가 자신을 능가했을 때’라는 말이 있다. 시작은 스승을 따라 하고 스승에게서 배웠을지 몰라도 어느 단계가 지나면 스승을 능가하는 창의력이 생기는 것이 인간의 잠재력이다.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란 창조적 모방의 역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 색다른 것, 특이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것을 흉내 내려 애썼고, 드디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면서도 나라마다 기업마다 창조적 모방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문제는 새로 창안된 아이디어와 모체가 되는 것과의 사이에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발명품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 발명역사에서 3대 히트발명품이라고 손꼽히는 죠셉의 철조망, 마쓰시타의 쌍 소켓, 루드의 코카콜라 병을 보라. 모두 그전부터 있는 것을 변형시켰을 뿐이다. 비록 세계의 3대 히트발명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도 하이만의 지우개 달린 연필이나 필립의 +자 드라이버도 세계적인 히트발명품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하이만의 발명품은 이미 나와 있던 연필에 지우개를 붙인 것뿐이고, +자 드라이버도 이미 나와 있던 -자 드라이버를 약간 바꾸었을 뿐이다. 이 발명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들은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의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모방한 점에서 더욱 뛰어났다. 

어느 사이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런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일본의 발명가들이었고 우리나라 발명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미 나와 있는 선진국의 기술이나 물건을 분해해서 숨겨진 기술을 알아내는 분해전문가라고 조롱당하기도 할 만큼 창조적 모방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당시 선진국들은 “우리 제품을 저렇게 개선할 수도 있네.”, “저것 발명하느라 우리는 오랜 세월이 걸렸는데 번개처럼 빠르게 개선해 냈잖아!” 등 조롱하면서도 부러움 섞인 찬사를 보냈던 것은 창조적 모방이 발명가가 신속하게 성공한 비결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고 무 조건적인 모방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모방하되 그것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고 개선해서 자신의 것으로 창조해야 한다. 

창조적 모방은 창의력을 키워주는 첫 번째 관문이다. 창조를 못 하겠거든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이나 물건을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능력부터 키우자.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