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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남자들이 귀고리를 했다(3)
2004년 04월 30일 (금) 전기공업 webmaster@elenews.co.kr
그래서 조선 정부는 귀고리문화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선조 5년 9월에 선조는 비망기를 통하여 “신체발부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니 감히 훼상(毁傷)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초이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사내아이들이 귀를 뚫고 귀고리를 달아 중국 사람에게 조소를 당하니 부끄러운 일이다”며 귀고리 착용을 금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당시 국가가 금령을 내릴 정도로 남성들의 귀고리 풍조가 일반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며 이후에도 그러한 풍습이 한순간에 사라질 리가 없었던 것은 자명하다.
선조 30년(1597) 10월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당시 명나라 사신 접반사 이덕형이 경리 양호와 나눈 이야기 속에서 “근자에 조선군대가 군공(軍功)을 다투는 과정에서 함부로 조선사람을 죽여 거짓으로 왜적인 양 꾸미는 일이 있다”는 추궁을 받았다. 이에 이덕형이 “가짜왜적이라면 좌우의 귀를 살펴보아 귀고리 구멍을 뚫은 흔적이 있으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는데, 왜적과 조선인을 구분하는 유력한 단서로 귀고리구멍을 들고 있다. 그만큼 당시 조선인들 특히 남성들의 귀고리는 일반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 있는 기록은 선조 38년(1605) 4월에 함경도 순찰사 서성이 여진족 건가퇴를 토벌할 때 당시 조선장수들이 생살의 원칙도 없이 군공을 세우기 위하여 백성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는 폐단을 상주한 일이 있었다. 여기서도 귀고리를 달고 백발을 풀어헤친 노파까지 죽였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시 귀고리가 남성만이 아니라 백발이 성성한 노파까지도 착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귀고리는 젊은 여성의 장신구라기보다는 남성이나 노인이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 뒤에는 이런 습속이 뜸해져서 조선후기에는 상층계급 부녀자들이 의식이나 혼례 때 착용하는 정도였다. 인조는 왕비를 맞을 때도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서 오랑캐풍속의 일종인 구슬귀고리를 왕비에게 예물로 주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 귀고리는 대체로 여성이 하고 있으며, 야간의 외출·연회 때는 반짝이는 보석을 낮에는 반투명·불투명의 화려한 것을 사용한다. 반면 멋쟁이 젊은 남성들은 간단한 고리모양의 귀고리를 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알고 보면 조선시대 남성들이 착용했던 귀고리 모양과 유사하다. 그리고 요즘 젊은 청년들이 머리는 묶어서 뒤로 말총모양으로 하고 헐렁한 바지를 착용한 것 또한 조선시대 상투 틀고 헐렁한 무명한복을 입은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무조건 남성청년의 귀고리가 서구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척 단견이다. 옛날 우리 민족은 각박한 성리학적인 굴레 속에서도 나름의 멋을 내면서 귀고리나 갖은 장신구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단발령 때 보였던 민족적 반감은 어쩌면 머리카락을 자른 것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일본침략에 대한 것이었다. 따라서 귀고리문화의 전통을 알고서 귀고리를 하는 청년이 있다면 그 청년이야말로 조선시대 멋쟁이 사대부 청년의 전통을 계승한 민족문화의 수호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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