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낚시를 가려고 시도하였으나 물때 좋은 날은 모두 예약이 끝나서 할 수 없이 4물 날에 예약하였다. 세진호에 승선하여 선실에서 잠을 자는데 배가 울퉁불퉁 자갈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엊저녁 일기예보에 의하면 파도가 1m라고 했는데 실제와 다른 것 같아 걱정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밤새 운전하고 내려와 피곤한 상태라서 잠을 자야만 했다.

  아침 7시 반이 되어 배가 멈추었고, 선실에서 나와 바다를 내려다보니 하얀 파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낚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데 선장은 수심 55m이고, 9m 침선이며, 바닥부터 시작하여 9m까지 들면서 낚시하라고 하였다.

  우럭채비를 입수시켜보니 개흙바닥이라서 1m를 감고 기다리는데 선수부터 밑걸림이 시작되어 재빨리 7m를 감았으나 어느새 밑걸림이 발생하여 채비를 뜯겨야 했다. 4물이라서 조류가 빨라 금방 포인트가 지나가므로 신속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침선 포인트에서 입질이 없자 선장은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나는 선장에게 멀리 나온 이유를 묻자 사리 때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고객들이 오셔서 멀리 나왔다며 기대해 보라고 하였다. 침선 15m 포인트에서 낚시를 다시 시작하였지만 물살이 빨라서 그런지 배가 포인트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설사 포인트에 접근하였어도 입질이 전혀 없었다.

  파도가 일렁거려 헛구역질이 나오고, 배도 아파서 화장실을 들랑날랑 거리면서 낚시에 대한 의욕이 점차 사라져 갔다.

  선장은 입질이 없자 이동을 반복하더니 급기야 점심 먹고 낚시하자면서 이렇게 우럭 잡기 힘든 날은 처음이라고 하였다. 선실에서 밥을 먹고 잠시 쉬며 기운을 차리고 나서 밖으로 나와 보니 격열비열도가 저만치 보이고, 거칠었던 바다가 잠잠해져 있었다.

  선장은 수심 45m, 바닥에서 낚시하라고 하여, 우럭 채비를 내리고 봉돌을 질질 끌고 있는데 ‘툭’하는 최초의 입질이 와서 낚싯대를 바짝 들었으나 가벼워 다시 기다리는데 ‘투득’하는 입질이 왔고, 살짝 들어보니 우럭이 버둥거리고 있어 지체 없이 올려보니 3자 우럭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우럭을 잡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고 전원이 우럭 한두 마리를 건져 올렸다.

  그러자 선장은 다소 기분이 좋아진 듯 다시 배를 대었고, 우럭채비를 내리자 선수부터 입질이 오면서 나에게도 ‘투득, 투득’하는 입질이 와서 낚싯대를 위로 쳐들고 전동릴을 감자 낚싯대가 50도로 휘어지면서 무겁게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낚싯대가 무겁고 우럭이 버둥거리고 있어 낚싯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팔이 떨리기까지 하였다.

  결국, 3자 우럭 쌍걸이가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우럭이 올라오자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다시 배를 대었고, 우럭 채비를 넣고 기다리는데 선수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나를 건너뛰고 목선배님과 친구만 우럭을 잡았고, 서너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선장은 화가 난 듯이 내게 “입질이 오면 낚싯대를 쳐들지 말고 그대로 두었다가 릴을 살살 감으세요!, 남들은 쿨러를 채워가고 있는데 뭐하시는 겁니까? 좀 요령껏 해보이소.” 하면서 잔소리를 해댔다.

   그래서 선장이 시키는 대로 입질이 오기에 그냥 두고 보다가 릴을 살살 감자 우럭이 물린 느낌이 들어 한 마리를 올렸다. 그리고 같은 포인트에서 낚시를 계속하였지만 나는 우럭 9마리를 잡고 나자 더 이상 입질이 없었다. 그러자 선장은 답답하다는 듯 내게 와서 내 낚싯대를 들고 우럭 한 마리를 잡아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더 이상 우럭을 잡지 못했다. 오전에 비하면 대박이었으나 어쩐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측에 있는 동호인과 선미에 있는 친구는 채비를 넣을 때마다 한 마리 또는 쌍걸이를 올리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조용하기만 하였다.

  어느덧 낚시가 끝나고 친구는 오래간만에 신나게 우럭을 잡았는데 쿨러에 다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나와 목선배에서 우럭 15마리를 나누어 주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고, 우럭 17마리면 대박이지만 묘한 느낌은 욕심 때문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