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우럭 3인방이 신진도에서 모였다. 지난 30여 년간 함께 낚시를 다니던 조소장은 정년퇴직하고 인생 이모작을 위하여 호두 농장을 한다며 천안에서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물때 좋은 5월의 화창한 날, H호에 승선하여 선미 좌측에서부터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새벽 4시에 항구를 출발하여 6시 반경, 망망대해에서 낚시를 시작하였다. 선장은 수심 50m, 바닥에서 낚시하라고 하여, 바닥을 확인해보니 돌밭이었고, 봉돌을 바닥에 대고 기다렸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다. 입질이 없자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낚시를 하였으나 기대와 달리 조용하기만 하였다. 그러던 중 새로운 포인트에서 선수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으나 우리에게는 포인트에 닿지 않아서 그런지 남들이 우럭 잡는 것을 구경해야만 하였다.

  얼마 후, 조소장에게도 입질이 왔고, 이어서 나에게도 기다리던 입질이 왔다. 낚싯대를 들었더니 묵직하여 전동릴을 천천히 감았고, 3자 우럭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조소장은 무려 세 마리가 낚싯줄에 매달려 올라왔다. 좌측에 계신 목선배님도 우럭 쌍걸이를 올렸다. 우럭을 잡아 올리고 나자 모두들 기대감에 차서 낚시에 열중하였으나 그 후 잠잠하였다. 목선배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제안하자 조소장이 쿨러에서 소주와 안주를 꺼내 컵에 따라 나에게 건네주었다. 세월호 이후 낚싯배에서 금주하도록 되어 있어 엄두도 못 냈는데 모처럼 소주 한 잔을 들고나자 다시 의욕이 솟구쳤다.

  선장은 15m 침선 포인트에 배를 대고 4m에서 시작하라고 하였다. 4m를 감고 기다리며 주위를 살펴보니 선수부터 포인트에 진입하고 있었고, 밑걸림이 시작되자 릴을 천천히 감고 있는데 ‘툭’하는 입질이 있어 지체 없이 전동릴을 감자 3자 우럭이 올라왔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취권 낚시를 하면 우럭을 잡을 수 있다는 오랜 속설이 있는데 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침선 포인트에서 우럭 몇 마리가 올라오자 배를 다시 대고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배가 포인트에 제대로 진입을 못하였는지 전혀 우럭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을 시도하였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낚싯배들이 침선에서 수시로 파먹으니 우럭이 남아 있질 않은 것이었다. 그 후 여러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낚시를 하였으나 주로 선수에서 한두 마리 나오고 우리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마침 사무장이 내 옆에 있어 선장에게 가서 배를 선미부터 대달라고 말씀드려달라고 요청하였다. 배를 댈 때 마다 선수에서는 한두 마리 나오는데 선미 쪽은 아예 입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사무장이 오더니 선장에게 이야기하였다면서 기대해 보라고 하였다. 다시 낚시가 시작되고 바닥을 확인해보니 돌밭이라서 봉돌을 바닥에 대고 있는데 목선배부터 입질이 왔고, 곧 이어 ‘투득’하는 입질이 있어 낚시를 올려보니 2자 우럭이 올라왔다. 역시 배낚시는 선장에게 달려있었다. 그러자 조소장은 선장이 어떻게 배를 대느냐에 따라 조과가 결정되는데 이 배는 주로 선수부터 배를 대고 있어,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한 마리를 잡고 나자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사무장에게 오늘 같이 물 때 좋고, 날씨도 화창한데 왜 우럭 입질이 시원치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황금어장인 태안반도에서 우럭 잡기 어려운 이유는 남해안에 산재한 양식장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말이 전혀 이해되질 않아 양식장과 태안의 자연산 우럭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곤쟁이 때문이라고 하였다. 곤쟁이는 곤쟁이 과에 속하는 갑각류로서 작은 새우처럼 생겼는데 몸길이가 1~2cm이고,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곤쟁이젓으로 먹기도 한다. 지금 태안반도에서는 곤쟁이를 싹쓸이 하여 남해안 양식장에 있는 물고기를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에 정작 태안에서는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우럭뿐만 아니라 다른 물고기도 귀해졌다면서 양식장이 늘어날수록 앞으로 우럭 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