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접어들면서 기상 악화로 좀처럼 출조 기회가 없던 중 어느 날 낚시가게에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나는 반만의 준비를 마치고, 만선을 기대하며 선배와 함께 서해고속도로를 달려 신진도로 향하였다.

세진호에 승선하자마자 자리 추첨이 있었고, 좌측 선수 자리가 배정되었다. 나는 선장에게 빈자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두 자리가 비었다고 하여, 선미 자리가 있느냐고 다시 묻자 선장은 선선히 승낙하였다. 그래서 지체 없이 좌측 선미 자리로 이동하였다.

선장은 세 시간을 항해하여 공해 상의 침선 포인트에 배를 대고 6m 침선이며, 바닥부터 시작하라고 하였다. 봉돌이 바닥에 닿은 후 1m를 감고 기다리는데 입질이 전혀 없었고, 우측에 있는 동호인은 우럭을 올리고 있었다. 오전 내내 입질 한 번 못 받고 점심때가 되어 선수 쪽에 계신 선배에게 몇 마리 잡으셨냐고 물어보니 5마리를 잡았고, 내가 떠났던 그 자리에서도 너댓 마리를 잡았다면서 괜히 자리를 옮겨 애먹는다고 하셨다.

오후 낚시가 시작되고 드디어 내게도 묵직한 입질이 와서 혹시라도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전동릴을 감아보니 4자 개우럭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한 마릴 잡고 나자 오전 내내 짜증스러웠던 생각이 가시고 또 다른 개우럭을 기대하며 낚시를 하였으나 결국 그것으로 끝이었다.

귀항하면서 선배가 몇 마리를 잡았냐고 하여 한 마리라고 하였더니 쿨러에서 3자 우럭 두 마리를 꺼내 내게 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한 마리면 충분하다고 사양하였으나 선배는 여섯 마리를 잡았으니 그냥 가지라고 하면서 내 쿨러에 우럭을 넣었다. 참 고마운 선배이시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주차장으로 가는데 주민들이 자연산 우럭을 팔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지나쳐 차에 짐을 싣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선배께서 우럭 2kg을 샀다면서 또 2마리를 주신다. 배에서도 두 마리를 주셨는데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였으나 그동안 운전하느라고 수고했는데 마땅한 보답도 못하셨다며 이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한다고 말씀하셨다.

얼마에 사셨냐고 여쭈었더니 kg당 25,000원을 주셨다고 하셨다. 지난번 신진도 어시장에서 자연산 우럭을 kg당 35,000원 팔고 있었는데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그래서 우럭 파는 곳으로 가서 아주머니에게 한겨울에 살아있는 자연산 우럭을 직접 잡았냐고 물었더니 어제 어판장에서 경매로 500kg를 산 것이라고 하였다. 아주머니에게 낙찰가를 귓속말로 물었더니 그때마다 다른데 어제는 운 좋게 2만원에 샀기 때문에 저렴하게 판다고 하였다.

나는 달랑 우럭 한 마리밖에 못 잡았으나 선배님의 나눔 덕분에 다섯 마리로 불어났다. 저녁 식사 때 4자 우럭 한 마리를 회뜨고, 우럭 지리로 라면을 끊여 먹으면 충분하므로 두 마리를 신부님에게 드리기로 하였다.

나는 그간 낚시를 다니면서 우럭을 잡으면 그중 일부분을 신부님께 드리고 있다. 그러면서 저는 십일조가 아니라 십오조를 바친다는 표현을 써왔다. 십일조란 하느님께 소득의 십분의 일을 봉헌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는 잡은 우럭의 절반을 드리므로 십오조라고 하였다.

나는 오십 대 중반까지 인천으로 매주 출조하여 우럭이나 노래미를 잡아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하곤 하였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꿈을 조금씩 성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현재, 장남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같이 식사할 기회가 없고, 막내아들은 일본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와 아내는 우럭 한 마리만 있으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식사하기에 충분하였다.

재작년 가을, 우연히 신부님께 우럭을 좋아하시냐고 여쭈었더니 좋다고 하시여 그때부터 우럭을 잡으면 무조건 드리고 있는데, 그때마다 신부님은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낚시를 다니는 이유는 전에도 밝혔듯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뒤에는 신부님, 선배, 친구,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