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일(목)에 출조 예약을 하고나서 날씨 상황을 초조하게 확인하였다. 삼한사온이란 말처럼 온화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서해 중부바다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예약일이 다가오면서 주간 바다날씨를 살펴보니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결국 출조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올해 낚시가 끝이 났다고 판단하고, 연초에 낚시를 가려고 낚시 사이트를 방문하였더니 12.26일(월) 4물임에도 불구하고 출조하는 배가 있었고, 내가 선호하는 S, G호는 이미 만석이었다. 그래서 출조 가능성이 많은 H호에 예약하고 기다렸다.

예약한 주간의 날씨를 확인해보니 점점 추워지고 있었으며, 월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눈, 비가 온다고 하여 별로 기대하지 않고 연말을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낚시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25일, 26일 정상 출조한다고 공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내일 정상 출조한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였다.

겨울 낚시를 하려면 챙겨야 할 것이 무척 많은데, 우선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많이 껴입어야 하고, 방한모와 방한장화는 필수적이다. 많은 동호인들이 등산화나 운동화를 착용하고 낚시를 하다보면 아무리 조심하여도 바닷물이 스며들어 발이 시려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H호에 승선하여 자리를 확인한 결과, 좌측 선수자리로 배정되어 있었다. 낚시 준비를 마치고 해경의 임검을 받은 후 선실로 내려가서 부족한 잠을 청하였다. 부산한 움직임에 잠에서 깨어 선실에서 나와 보니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고, 바다는 잔잔하였으며, 영하 3도이지만 그렇게 춥다는 느낌이 없었다.

입수신호와 함께 낚시채비를 내리는데 선장이 “6m 침선이며 바닥부터 시작하세요.”라고 하였다. 봉돌이 해저에 닿자 수심(60m)과 바닥(개흙)을 확인하고, 곧바로 4m를 올린 후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툭’하여 낚싯대를 세우자 버둥거리는 느낌이 있어 올려보니 2자 우럭이었다.

한겨울 낚시지만 시작하자마자 우럭을 잡았고, 입질도 그런 대로 괜찮아서 조과가 기대되었다. 다만, 선수 자리라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럭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다시 낚시채비를 입수시키고 4m를 올리고 기다리는데 ‘투득’하여 챔질을 하자 낚싯대가 90도로 휘면서 무거웠다. 4자 개우럭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올려보니 3자 우럭 쌍걸이였다. 나는 신바람이 났지만 좌측에 계신 선배는 물론 아래 쪽 동호인들도 우럭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배가 포인트에 진입하는 방향을 살펴보니 늘 그렇듯이 선미에서 시작하여 점차 선수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중간을 건너뛰고 내게 입질이 오는 것을 보니 어복이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장들이 배를 포인트에 댈 때 대체적으로 선미부터 진입시키고 있어, 침선이나 어초 등 포인트 낚시에서는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포인트에 먼저 닿는 사람이 우럭을 잡을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동호인들은 뒤에 앉으려고 하지만 추첨을 통해 자리가 정해지므로 운에 맞길 수밖에 없다.

침선에서 한 시간 동안 낚시하면서 우럭 5마리를 잡았다. 그러나 선배는 한 마리도 못 잡고 계속 투덜거리고 계셨다. 그래서 낚시하는 방법을 여쭈어보니 바닥서부터 시작하는데 통 입질이 없다고 하여 무조건 4m를 들고 낚시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으나 마찬가지였다.

침선에서 우럭 입질이 끝나자 여밭 포인트로 이동하여 낚시를 하는데 선미에서 한두 마리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입질이 신통치 않아서 낚싯대를 올리는데 묵직한 느낌이 있어 천천히 올려보니 개우럭의 입술에 바늘이 걸려있었다. 확실히 어복이 좋은 날이 틀림없었다. 낚시가 끝나고 조과를 확인해보니 총 11마리, 6kg를 잡았으며, 선배는 잔챙이 3마리에 불과하여 선배에게 우럭 2마리를 드리고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