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신진도 출조가 확정되었다. 겨울 낚시이므로 먼저 낚시 장비 등을 꼼꼼히 점검하였다. 전동릴을 배터리에 연결하여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하고, 지난번에 연재한 바와 같이 2단 외줄채비를 여러 개 준비하였으며, 28호 바늘에 목줄을 감았다. 그리고 창동 하나로 마트 식자재 판매 센터를 방문, 냉동 오징어 1.6kg와 주꾸미를 구입하여, 집에 와서 해동시킨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비닐 봉투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출조 전날, 삼정낚시로부터 내일 출조가 확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날씨가 추웠고 서해 바다의 파도가 높아 걱정하였는데 다행히 내일은 바다가 잔잔할 것이라고 하였으며, 오후 늦게 바람도 불고 비소식도 있지만 출조하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신진도에 가서 바다와 하늘을 살펴보니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였고, 구름도 없었으며, 기온도 영하 2도에 불과하여 겨울 낚시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꽉 차있고, 낚싯배마다 동호인들로 넘쳐났다.

‘뚜우’하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나만 덩그마니 선실에 있었다. 얼른 일어나 선실 밖으로 나갔더니 동쪽 하늘 수평선 위로 찬란하고 붉디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모든 동호인들이 낚시 준비를 마치고 마치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였다.

드디어 격비도 서쪽 20km 공해에서 낚싯배가 정지하고 입수신호가 울려 낚시채비를 입수해보니 50m 수심에, 돌밭이었다. 일단 릴을 한 바퀴 감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미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으나 나에게는 미치지 못했고, 올라오는 서너 마리의 우럭도 잔챙이에 불과하였다.

그러자 선장은 5분 정도 이동하여 4m 침선에 배를 대고 바닥서부터 낚시를 시작해보라고 하였다. 낚시채비를 입수시켜보니 개흙이라서 4m를 올리고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선미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다. 우측 동호인에게 입질이 오고 동시에 내게도 ‘투득’하는 입질이 있어 살짝 들어보니 묵직함이 느껴져 지체 없이 전동릴을 감자 초리대가 70~80도 각도로 휘어지면서 무겁게 올라왔다. 드디어 우럭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4자 이상의 개우럭이 틀림없었고 선상에서 확인해보니 무려 48cm나 되었다.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씨알 좋은 우럭을 잡았다. 그래서 상단에 루어와 오징어를 하단에 주꾸미를 달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낚시채비를 넣자마자 입질이 와서 챔질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또 입질이 와서 낚싯대를 수직으로 세우니 우럭의 버둥거림이 전해져 왔고, 처음보다 더 무거워 전동릴을 천천히 감아보니 4가 개우럭 쌍걸이가 올라왔다.

그곳에서 낚시를 계속하는데 선장은 지금 잡았던 수심을 유지하라고 주문하였다. 다시 우럭채비를 입수하고 4m를 올리고 기다리는데 ‘투득’하는 입질이 와서 한 번 채짐을 하고 좌우를 살펴보니 다른 동호인들에게는 입질이 없어 그대로 울려보니 3자 우럭이 올라왔다.

목선배도 잔챙이 우럭을 잡았으나 표정이 밝지 못하셨고, 나는 왜 잔챙이만 붙는지 모르겠다고 혼잣말을 하시면서 느닷없이 내게 빨간 오징어를 달라고 하셔서 루어를 드렸더니 3단 채비의 상단에 주꾸미, 중단에 루어+오징어, 하단에 오징어를 달고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역시 잔챙이만 올라왔다.

나는 목선배에게 우럭채비를 바닥에서 얼마나 올리고 낚시를 하시는지 물었더니, 바닥에서 시작하여 3~4m 올린다고 하셔서, 무조건 바닥에서 4m를 띄워 낚시하라고 말씀드렸다. 그 이유는 바닥에서부터 4~5m를 올리면서 입질을 파악해보니 바닥에서는 주로 잔챙이 입질이었고, 중층에서는 큰 입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목선배는 힘차게 챔질을 하더니 낚싯대가 휘어지면서 무겁게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4자 개우럭이 주꾸미를 물고 올라오자 환하게 웃으면서 “역시 자네는 선수야! 자네 말대로 하니 개우럭을 잡았다.”고 말씀하셨다.